우리말 좋은말
‘꾸물꾸물’와 ‘끄물끄물’
청명한 가을 하늘이 계속되는가 싶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끄물끄물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한바탕 이어진 소나기에 다시 푸른 하늘을 되찾기는 했는데, 일교차가 급격히 커졌습니다.
활짝 갠 하늘이 아닌, 구름이 몰려들며 흐려지는 날씨를 보면 "하늘이 끄물끄물하다"라고 표현합니다.
"끄물거리다"는 날이 활짝 개지 않고 자꾸 흐려진다는 뜻입니다.
근데, 이 '끄물끄물'을 '꾸물꾸물'로 쓰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꾸물거리다'는 ①‘느리게 자꾸 움직이다’ ②‘굼뜨고 게으르게 행동하다’의 뜻입니다.
①의 경우 '지렁이가 꾸물거린다' ②의 경우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해" 라는 문장처럼 쓸 수 있습니다.
굳이 이런 예문을 덧붙이지 않더라도 '꾸물거리다'의 의미를 모르시는 분들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 '끄물끄물'을 쓰지 않고, '꾸물꾸물'을 쓸까?
그 이유는 첫째, '끄물거리다'의 의미를 모르기 때문일 겁니다.
저 역시 '끄물거리다,'끄물끄물하다'라는 표현이 적확하게 쓰인 경우를 본 적이 드뭅니다. 그리고 입말로는 비교적 자주 쓰지만, 글말로는 그 표현의 사용이 많지 않은 탓도 있을 겁니다.
둘째, 느리게 자꾸 움직이는 구름의 움직임이 '꾸물꾸물'의 표현을 연상하게 만들기 때문일 겁니다.
검은 먹구름이 서서히 다가오는 그 모습이 왠지 '꾸물꾸물'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하지만 하늘과 날씨에 관한 표현에 '꾸물거리다'를 쓸 수는 없습니다.
'꾸물거리다', '꾸물꾸물'은 지네, 달팽이, 지렁이, 구더기 등 생물의 움직임과 연관이 있습니다.
구름은 '생물'이라고 볼 수 없고, 날씨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꾸물꾸물'이 아닌 '끄물끄물'을 써야 합니다.
'꾸물'과 '끄물', 한 끗 차이에도 판이 뒤집어지는 노름처럼 한 획 차이에도 그 뜻과 쓰임이 천양지차로 갈라집니다.
꼭! 기억하세요. '꾸물'은 생물, '끄물'은 날씨.
Ι 오늘의 핵심
1. '꾸물거리다'는 느리게 자꾸 움직이다, 굼뜨고 게으르게 행동하다의 뜻
2. '끄물거리다'는 날이 활짝 개지 않고 자꾸 흐려진다는 뜻
3. 하늘과 날씨에 관한 표현에 '꾸물거리다'를 쓸 수 없다.
4. '꾸물거리다', '꾸물꾸물'은 생물의 움직임과 '끄물거리다', '끄물끄물'은 날씨와 관련이 있다.
모든 출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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