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길라잡이 맞춤법
파장과 파문 구별하기
‘검찰이 국내 최대 규모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의 압수수색에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예전에 유심히 봤던 신문기사의 제목입니다. 언젠가 가상화폐 열풍이 엄청났습니다. 돈을 잃었다는 소식보다는 누가 얼마를 벌었다는 소문들이 제 주변에도 있었습니다. 워낙 작은 간 덩어리를 가진 탓에 그 횡재의 대열에는 끼지 못했지만, 널뛰기를 하다가 주저앉은 가상화폐의 시세를 보니 제 심리적 저항선이 낮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는 생각을 합니다.(어제 보도기사 중에 폭락한 가상화폐가 다시 오르고 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기사의 표현에서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파장이 예상된다’는 표현이 바로 그것인데요.
그럴싸해 보이지만, 제대로 알면 틀려서는 안 되는 ‘파문’과 ‘파장’의 차이를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파문(波紋)’과 ‘파장(波長)’의 뜻부터 알아보겠습니다.
파문(波紋)은
① 수면에 이는 물결. ≒파륜01(波輪).
예문) 낚시를 드리우자 그 주변으로 조용한 파문이 일었다./잔잔한 물결이 불빛에 차랑차랑 파문을 그려 나간다.≪염상섭, 백구≫
② 물결 모양의 무늬.
③ 어떤 일이 다른 데에 미치는 영향.
예문)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오다/ 파문이 확산되다/그 선수는 스카우트 파문에 휩싸여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김 사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는 회사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외할머니의 말 한마디가 집안에 던진 파문은 의외로 심각했다.≪윤흥길, 장마≫
반면, 파장(波長)은
① 『물리』 파동에서, 같은 위상을 가진 서로 이웃한 두 점 사이의 거리. ≒결너비.
② 충격적인 일이 끼치는 영향 또는 그 영향이 미치는 정도나 동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예문) 신문 기사의 파장은 매우 컸다./이번 사건은 사회적ㆍ경제적ㆍ정치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그의 발언은 정가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전파나 수파의 진동을 ‘파동’이라고 하면, ‘파문’은 이 파동이 일으키는 결과입니다.
그리고 ‘파장’은 파문의 크기 또는 길이를 말하는 것이죠.
다시 표현하자면 ‘파동’이라는 것이 ‘파문’을 일으키는 어떤 사건 자체를 가리킨다면, ‘파문’은 사건의 영향으로 술렁거리는 상태를 가리키고, 그 영향력의 크기나 길이를 뜻하고자 한다면 ‘파장’을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앞서 언급했던 기사에서는 ‘파장이 예상된다’라는 표현보다는 ‘파문’이 예상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파장’ 은 길거나 짧은 것일 뿐이기 때문에 ‘파문’처럼 일어나거나 일으키는 것이 될 수 없다는 것만 명심하시면 ‘파장’과 ‘파문’을 같은 의미로 사용하시는 일은 없을 겁니다. ^^
출처는 표준국어대사전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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