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길라잡이 맞춤법
희로애락이 희노애락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에는 유난히 근현대사에 대한 보도가 많습니다. 평소 전 서너 개의 신문을 구독하고 있습니다. 그중 한 신문의 전면 광고 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내가 마지막까지 존경해야 할 사람은 이동녕 선생 뿐이다." -김구 '백범일지' 중에서-
마침 TV에서도 이동녕 선생에 대해서 보도를 하길래 유심히 봤습니다. 석오 이동녕 선생은 언론인이자 교육자로 독립협회 활동은 물론 만주 독립군 기지 개척에 큰 역할을 한 분입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이후 20여년 간 임시정부를 이끈 정신적 지주였으나 조국의 광복을 앞둔 1940년, '모두가 단결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71세로 중국 사천에서 폐렴으로 순국하셨죠.
이 분의 유언에 김구 선생도 김원봉 선생을 만나 한국광복군의 창설의 계기를 이끌어 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사에서 큰 영향력을 지니셨던 분이었습니다. 광복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은 이동녕 선생의 죽음이 아쉽습니다.
신문을 보면서 누군가 왜 '이동령' 선생이 아닌 '이동녕' 선생이라고 쓰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한글 맞춤법 제52항에 '한자어에서 본음으로도 나고 속음으로도 나는 것은 각각 그 소리에 따라 적는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十月'을 '십월'이 아닌 '시월’로 읽고, '初八日'을 '초팔일'이 아닌 '초파일'로 읽는 것이죠.
일관된 원칙은 아닌데, 앞말이 받침으로 끝나면 'ㄴ', 모음으로 끝나면 'ㄹ'로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노(怒)'가 그렇습니다. '노(怒)'는 받침 유무에 따라 그 표기가 다릅니다. 앞 말이 받침으로 끝나면 '노', 모음으로 끝나면 '로'로 씁니다. 그래서 ‘희노애락'이 아니라 '희로애락'이 되는거죠. ‘激怒, 大怒'가 각각 '격노, 대로'로 쓰는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이동녕 선생의 이름 역시 '이동령’이 아닌 '이동녕’되는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희로애락? 희노애락?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쉽지만, 모른다면 이것만큼 헷갈리는 것이 없습니다. ^^
오늘도 도움이 되셨나요? 우리말 재미있죠?
모든 출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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