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좋은말 맞춤법
봄동이 얼갈이배추인가?
요즘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만약 귀농을 한다면 어떤 작물을 재배하고 싶나요?
저는 요즘 제철인 얼갈이배추를 재배하고 싶습니다. 갑자기 당황하셨죠?
김치를 좋아하고, 없으면 아쉬워하는 토종 한국인의 입맛을 가진 저도 ‘얼갈이배추'의 이미지가 쉽게 떠오르지 않아서 지인 찬스를 썼습니다.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심어 가꾸는 배추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봄동'을 떠올리면 된다고 하기에 그제야 이해를 했습니다.
통화를 마치고 도대체 '얼갈이배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제가 알고 있는 채소더라고요. 놀라운 건 '얼갈이배추'와 '봄동'이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인의 말만 믿고 얼갈이배추가 곧 봄동이라고 여기고 있었다면 남들에게 무식하다고 손가락질당할 뻔했습니다.^^
얼갈이는 ① 겨울에 논밭을 대강 갈아엎음. ② 푸성귀(사람이 가꾸어 기르거나 또는 저절로 난 온갖 나물들을 일컫는 말)를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심는 일. 또는 그 푸성귀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의미를 바탕으로 하면 얼갈이배추는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심어 가꾸는 배추를 말합니다.
반면에 봄동은 ① '노지(露地)에서 겨울을 보내어, 속이 들지 못한 배추. 잎이 옆으로 퍼진 모양이며, 달고 씹히는 맛이 있다'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일부 지방에서는 납작배추, 납딱배추, 떡배추 등으로 불린다고도 합니다. 어원이라고 소개된 글에 의하면 땅에 납작하게 붙어 있는 모양이 소똥을 연상시켜 봄의 들녘에 소똥처럼 자라는 푸성귀라 하여 봄똥이라 부르다가 봄동이 되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뜻풀이를 보면 비슷한 의미 같기는 하지만 사진을 보면 이 두 가지가 어떻게 다른지 아실 수 있습니다.
얼갈이배추의 어원을 찾아보니 건국대 국문학과 교수로 지내신 이훈종 교수님의 <흥부의 작은마누라>라는 글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예전에 따뜻한 곳에서는 정월부터 배추 심을 채비를 했으나 채소 농사를 많이 짓던 서울 뚝섬 벌에서는 서북풍 때문에 그게 안되었다. 그래서 밭에다 말뚝을 박고 거적을 둘러 바람을 막았다. 또 밤이면 거적으로 땅을 덮고 낮에 벗겨서 볕을 쪼이고 해서 겨우내 땅이 어는 것을 막았다. 그런 고생 끝에 입춘(양력 2월 4일 즈음)이 지나면 씨를 뿌려 얼갈이를 길렀다. 그러니 값도 호되게 비싸서 여간한 미식가나 부자가 아니면 사 먹지 못했다. 이렇게 억지로 싹이 나서 자란 배추는 땅이 얼었을 때 가꿨다고 해서 얼갈이라 했다'
오늘도 도움이 되셨나요? 우리말 재미있죠? 다행입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모든 출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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