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좋은말 맞춤법
악다구니, 모르는 건 아닌데, 낯설다. 너!
알지만 안다고 말하기 어려운 단어. 악다구니
과거 신문기사에 지자체가 주관한 인문캠프에서 소설가 김훈 선생님이 우리 사회를 이렇게 표현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요즘 하루도 안 빼놓고 악다구니, 쌍소리, 거짓말, 쓸데없는 소리로 날이 새고 진다. 몇 년째 난리치고 있다. "
같은 내용을 다른 신문에서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특징은 악다구니, 상소리, 욕지거리입니다. (중략) 서애 선생은 몇 달동안 고요히 앉아 사유하고 글을 썼습니다. 새가 알을 품듯 오래 기다렸습니다. 우리는 그런 태도를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그저 뜨고 싶어 하는 이들이 넘치는 천박한 세상이 된 겁니다. "
군더더기가 없는 김훈 선생님의 글을 평소 좋아하는 터라 강연이 가까운 곳에서 있었다면 참석을 했을텐데, 아쉽게도 지면으로 그 내용을 짐작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분이 바라 본 한국사회의 평가는 울림이 있었습니다.
'헬조선'이라 부르며 우리 사회를 회복의 가망이 없는 암울함의 한복판이라고 평가하는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기성세대 역시 지금의 한국 사회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흘러가는 사회도 안타깝고, 이를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것도 안타까울 뿐입니다. 새벽 감성 때문인지 쓸데없는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오늘은 신문의 표현 중에서 '악다구니'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이 단어의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닌데, 정확한 의미와 표현하라고 하면 망설여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망설여진다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뜻이죠. 그래서 인상깊었던 악다구니를 다시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악다구니는 '기를 써서 다투며 욕설을 함. 또는 그런 사람이나 행동'을 뜻하는 명사입니다. 우리가 종종 쓰는 '악을 쓴다'는 말처럼 '악'은 '입'과 관련이 있습니다.
'악다구니'는 지역에 따라 '악다구(경상)', '아가지(전남), '악다구리(전남, 제주)'라고 표현되기도 하고, 속된 말로는 '아가리질(악+아리의 구조로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이라고도 합니다.
'악다구니'의 '악은 위턱과 아래턱을 총칭하는 ‘악(顎, 턱 악, 엄할 악)에서 비롯했다고 하는데, 이 한자어에 '말다툼할, 시끄럽게 다툴 악'(咢, 부수를 보면 입과 입이 만나 더러워진다는 뜻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이 결합되어 있는 것을 보면 '악다구니'라는 표현이 좋은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악'과 결합하고 있는 '다구니'에 대해서는 어원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말이 많다'의 뜻으로 쓰이는 '다구하다(多口하다)'는 표현은 '악을 내어 소리를 지르거나 시끄럽게 마구 떠드는 행동'인 '악다구니'와의 연관성이 있어 보입니다.
'악다구니'라는 표현을 잊고 싶지 않아서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악다구니로 가득 찬 세상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저부터 상소리를 줄여보겠습니다. ^^
오늘도 도움이 되셨나요? 우리말 재미있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모든 출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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