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좋은말 맞춤법
2와 4를 쓸 때 중요한 것은
이롭게 쓰면 이용, 쓰는 것이 중점이면 사용
대학시절 교양과목으로 문화인류학을 수강한 적이 있습니다. 인류의 진화사에서 '잃어버린 고리'를 찾아가는 신기하고 놀라운 여행이었지만, 강의를 듣는 내내 생소하고 낯선 용어들 때문에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빌리스, 호모 사피엔스 정도의 상식만 갖추고 있었던 저로서는 호모 아파렌시스가 뭐고, 로마의 황제 이름이 연상되는 아프리카누스는 어디서 나온 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포기와 달관 사이의 어느 지점에서 그 과목을 수강하고 나서 전 '과거 지향적'인 사람보다는 '미래 지향적'인 사람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오늘 신문기사를 보니 '카푸친원숭이'의 석기 사용을 예로 들며 인간 이외 종에서도 도구를 사용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도구의 사용'은 사람과 동물의 차이를 구분하는 기준이라고 배워 왔는데, 반평생 지식의 밑바탕에 있던 상식들이 하나하나 재구성 될 수록 '과연 나는 무엇을 알고 있나'라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오늘 알아 볼 '이용'과 '사용'의 구별도 그렇습니다.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써왔던 단어들이 알고 보니 함부로 써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전 조금 더 '미래 지향적'인 사람이 되기로 각오를 다졌습니다. (과거는 잊어야죠.)
‘이용(利用)’은 대상을 필요에 따라 이롭게 쓴다는 뜻입니다. ‘이용’은 그 사용 대상 범위가 매우 넓습니다. 구체적인 것이나 추상적인 것을 모두 필요에 따라 이롭게, 쓸모 있게 쓴다는 뜻으로, 주로 편의나 이익을 얻기 위해 쓰는 것을 가리킵니다. 때로는 자기의 이익이나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이나 물건을 부정(不正)하게 쓰는 부정적인 의미가 포함되기도 합니다.
폐품 이용 / 자원의 효율적 이용 /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 대중교통의 이용은 출퇴근 시간의 혼잡을 줄이는 최선의 방책이다 / 과학의 진정한 목적은 자연을 이용, 지배하는 데 있거니와 자연을 이용 지배하는 방법은 곧 발명이다.≪안병욱, 사색인의 향연≫
‘사용(使用)’은 물건을 쓰거나 사람을 부리는 것을 말합니다.. 구체적인 것을 도구로 부려 일정한 목적이나 기능, 즉 용도(用途)에 맞게 쓰는 것을 뜻하는데,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용 계획 / 사용 금지 / 사용 기간 / 사용 기술 / 사용 방법 / 자동차 사용을 제한하다 / 토기의 사용은 식량을 생산하고 저장하게 되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핵심은 문맥에서 ‘이롭게’라는 뜻을 포함한, ‘이롭게 쓰다’라는 뜻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이용하다’를 쓰고, ‘쓰다’라는 뜻이 주되게 나타나는 경우에는 ‘사용하다’를 쓰는 것이 적절하므로, 이 점을 고려하여 쓰시기 바랍니다.
도움이 되셨나요? 우리말 재미있죠?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모든 출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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