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좋은말 맞춤법
'주기'를 쓰려면 사망자가 있어야지.
반대로 사건에는 '주년'이 옳지.
호국보훈의 달은 6월입니다. 이 즈음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건은 6·25전쟁입니다. 전 직접 전쟁을 겪어본 세대는 아니지만, 당시의 기억을 간직한 어르신들께 그때의 얘기를 들을 때면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간혹 '올해가 몇 주년이지?'라고 곰곰히 떠올릴 때가 있습니다. 6·25전쟁이야 어린 시절부터 귀가 따깝도록 반복해서 들어왔던 내용이라 발발된 해를 헤아려 몇 해가 지났는지 셈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이걸 '00주기'라고 표현해야 할 지, '00주년'이라고 표현해야 할 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주기'와 '주년'의 차이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주기(周忌/週忌)는 '사람이 죽은 뒤 그 날짜가 해마다 돌아오는 횟수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죽은 날, '제삿날'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기'를 쓰려면 사망한 대상자가 앞에 있어야 합니다.
일 주기 / 이 주기 / 오늘은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십 주기이다 / 우리는 부모님의 일 주기를 앞두고 제사 준비로 바빴다
반면, 주년(周年/週年)은 '일 년을 단위로 돌아오는 해를 세는 단위'입니다. 주년은 '주기'가 가지고 있는 '제삿날'이라는 의미를 포함하지 않으며, 단지 시간의 개념만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건과 결합해 쓰일 때는 '주기'가 아닌 '주년이 쓰입니다.
건국 백 주년 / 결혼 십 주년 / 독립 삼십 주년 / 창립 오십 주년 / 학교는 창립된 지 백 해를 맞아서 백 주년 기념관을 세웠다
글자 하나, 모음 하나 차이로 단어 본래의 뜻에서 멀어지는 경우도 있고, '주기'와 '주년'처럼 상황과 문맥에 맞는 적확한 표현에 어느 것이 더 옳은 것인지 혼동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놓일 때마다 공부는 평생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은 '주기'와 '주년'에 대해서만 기억하겠습니다.
'주기'는 제삿날의 의미가 있어 대개 '사망자+주기'의 형태로 쓰이며, '주년'은 시간의 개념만 내포하고 있어 '사건+주년'의 형태로 활용됩니다.
오늘도 도움이 되셨나요? 우리말 재미있죠? 다행입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모든 출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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